BMT 일정 조율할 때 내가 쓰는 협상 기술

BMT 일정 조율할 때 내가 쓰는 협상 기술

BMT 일정 조율할 때 내가 쓰는 협상 기술

시작은 언제나 고객사의 ‘불가능한’ 요구

“다음 주 월요일에 BMT 하고 싶은데요.”

오늘 목요일이다. 영업일로 2일. 우리 SE는 부산 출장 중이고, 제안팀은 다른 프로젝트 마감이다. 장비는 데모센터에 있고, 세팅만 하루 걸린다.

불가능하다.

근데 “안 됩니다”라고 하면 그 순간 끝이다. 경쟁사가 “저희는 됩니다” 하고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한다.

“가능합니다. 다만 최적의 데모를 보여드리려면 일정 조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잠깐 조율해볼게요.”

일단 긍정. 그다음 조건 협상.

10년 하면서 터득한 거다. BMT 일정 조율은 영업의 반이다.

첫 번째 원칙: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예전에 실수했다.

고객사가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라고 하길래 바로 “네” 했다. 우리 팀 일정 확인도 안 하고.

그날 SE가 병가였다. 제안팀장은 다른 미팅이 있었다. 장비는 다른 데모에 쓰고 있었다.

결국 내가 혼자 가서 PPT만 보여줬다. 경쟁사는 실시간 해킹 시연까지 했다.

당연히 탈락.

그 이후로는 절대 즉답 안 한다.

“일정 확인하고 30분 내로 회신드릴게요.”

그 30분 동안 내가 하는 일:

  • SE팀장한테 카톡 (일정 가능 여부)
  • 데모센터에 전화 (장비 상황)
  • 제안팀한테 슬랙 (지원 가능 인력)
  • 우리 팀장한테 보고 (다른 일정과 충돌 체크)

4곳에 동시다발 확인. 5분 안에 답 받는다.

그래야 고객사한테 “가능합니다” 또는 “이 날은 어떠세요?”라고 대안을 줄 수 있다.

혼자 결정하는 순간, 나중에 내가 죽는다.

두 번째 원칙: 우리한테 유리한 날짜로 유도한다

고객사는 보통 빨리 하고 싶어 한다. 이해한다. 그들도 윗선 보고 일정이 있으니까.

근데 빨리 하면 우리가 준비 못 한다. 준비 못 하면 진다.

그래서 나는 항상 “최소 일주일”을 확보한다.

“다음 주 월요일요? 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귀사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시연을 준비하려면 금요일 정도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이렇게 말하면 70%는 수긍한다.

왜냐하면 “커스터마이징 시연”이라는 키워드. 고객은 자기들 환경에 맞춘 걸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를 제안하는 이유가 있다.

금요일 오후면:

  • 고객사 임원들 골프 가거나 조기 퇴근
  • 의사결정권자들 없어서 편하게 기술 데모 가능
  • 주말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져서 우리가 정리한 보고서가 기준이 됨
  • 경쟁사는 보통 주중 데이타임 선호해서 비교 시점 벌어짐

물론 이건 고객사 성향 봐야 한다. 어떤 곳은 월요일 오전이 오히려 좋다. 임원들 집중력 높을 때.

핵심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날짜”를 찾는 거다.

세 번째 원칙: 고객사 내부 일정도 파악한다

BMT 날짜 정할 때 난 항상 묻는다.

“혹시 그날 다른 중요한 회의 있으세요?” “평가하실 분들 모두 참석 가능하신가요?” “IT팀 말고 실사용 부서분들도 오시나요?”

이게 중요하다.

작년에 한 공공기관 BMT. 우리가 1순위로 먼저 했다. 경쟁사는 3일 뒤.

근데 우리 데모 다음 날, 고객사에 감사가 들어왔다. 그 주 내내 난리.

우리 BMT? 아무도 기억 못 했다. 경쟁사 BMT 때는 감사 끝나고 집중력 회복된 상태.

결과는 뻔했다.

그 이후로 난 꼭 확인한다.

“그 주에 혹시 감사나 큰 행사 있으세요?” “월말 결산 시즌 아니에요?” “타 프로젝트 마감 일정 겹치진 않나요?”

고객사 담당자가 “아 그거 신경 써주네요”라고 한다. 당연하다. 내가 이기려면 고객이 집중해야 한다.

BMT 날짜는 단순히 우리 일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사의 컨텍스트를 이해해야 한다.

네 번째 원칙: 경쟁사 순서를 파악하고 포지셔닝한다

BMT는 순서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기준이 된다. 마지막은 기억에 남는다. 중간은 묻힌다.

이상적으로는 첫 번째 또는 마지막. 근데 이게 항상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난 고객사 담당자한테 슬쩍 묻는다.

“혹시 다른 업체분들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가 너무 겹치면 평가하시기 힘드실까봐요.”

대부분 알려준다. “A사가 월요일, B사가 수요일”

그럼 난 화요일이나 목요일을 피한다. 왜? 비교가 너무 직접적이니까.

대신 금요일을 제안한다. 일주일 뒤, 모든 BMT 끝나고.

“귀사에서 다른 업체들 평가 결과 보시고, 마지막으로 저희 차별점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자신감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마지막 순서는 유리하다.

고객은 이미 다른 업체들 장단점을 파악한 상태. 우리가 그걸 보완한 메시지를 주면 된다.

물론 첫 번째도 좋다. “저희가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라고 포지셔닝.

중요한 건 “우리가 왜 이 순서인지” 스토리를 만드는 거다. 그냥 일정상 그렇게 됐다고 하면 약해 보인다.

다섯 번째 원칙: 시간대는 우리 강점이 빛나는 때로

BMT 날짜만큼 중요한 게 시간.

오전 10시 vs 오후 2시 vs 오후 4시. 완전히 다르다.

우리 솔루션이 복잡한 기술 시연 위주면? 오전이 좋다. 고객 집중력 높을 때.

UI/UX나 사용 편의성이 강점이면? 오후가 좋다. 피곤할 때 ‘쉽다’는 게 더 부각된다.

실제 해킹 시연 같은 임팩트 있는 데모면? 오후 늦게. 다들 지쳐 있을 때 한 방.

작년에 DLP 프로젝트 BMT. 우리 강점은 ‘실시간 차단’이었다.

나는 오후 4시를 제안했다. 고객사 담당자들 하루 일과 끝날 무렵.

실제로 USB 꽂아서 파일 복사하려는 순간 팝업 뜨고 차단되는 거 보여줬다. 실시간으로.

한 담당자가 “우와” 했다. 그 반응이 평가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경쟁사는 오전 10시에 했다. PPT 위주 설명. 졸린 오후가 아니라 멀쩡한 오전에.

임팩트 차이가 났다.

시간대 선택은 전략이다.

여섯 번째 원칙: 우리 팀 컨디션도 체크한다

고객사 일정만 맞추다 보면 우리 팀을 놓친다.

SE가 전날 밤샘 작업하고 BMT 가면? 망한다. 집중력 떨어지고, 질문 대응 느리고, 실수한다.

제안팀이 다른 프로젝트 마감 직전이면? 지원 제대로 못 받는다.

그래서 난 일정 조율할 때 우리 팀 상태를 먼저 본다.

“이번 주 SE팀 야근 상황 어때요?” “제안팀 다른 프로젝트 언제 끝나요?” “장비 세팅 여유 있게 할 수 있어요?”

여유 있는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 제대로 하고, 데모 완벽하게 하고, 이긴다.

지난달에 한 프로젝트. 고객사가 수요일을 원했다. 근데 우리 SE가 화요일까지 다른 BMT 있었다.

나는 금요일로 조율했다. “더 완벽한 준비를 위해”라는 명분.

SE가 수요일, 목요일 이틀 동안 여유 있게 세팅하고 리허설 했다.

금요일 BMT는 완벽했다. 한 건의 실수도 없었다. 그리고 수주했다.

팀 컨디션은 곧 성공률이다.

일곱 번째 원칙: 플랜B는 항상 준비한다

BMT 일정 조율에서 가장 무서운 건 “당일 변경”이다.

고객사 임원이 갑자기 출장 가거나, 장비가 고장 나거나, SE가 아프거나.

실제로 작년에 한 번 당했다. BMT 당일 아침, 고객사에서 전화 왔다.

“죄송한데 오늘 사장님이 급히 오라고 하셔서요. 내일로 미뤄도 될까요?”

패닉.

근데 나는 이미 플랜B가 있었다. 다음 날 오전에 우리 데모센터에서 다른 고객 데모가 있었지만, 오후는 비어 있었다.

“네, 가능합니다. 내일 오후 2시 어떠세요?”

즉답. 고객이 놀랐다. “확인 안 하세요?”

“이미 확인돼 있습니다.”

사실은 매번 BMT 일정 잡을 때 ±2일 여유 일정을 미리 확보해둔다. SE팀, 장비, 제안팀 모두.

“만약을 위해” 라고 말하면 다들 이해한다.

그 플랜B가 몇 번 날 살렸다.

BMT 일정은 칼같이 지켜지지 않는다. 유연성이 생명이다.

여덟 번째 원칙: 조율 과정 자체를 신뢰 구축에 쓴다

일정 조율하면서 나는 고객사 담당자한테 자주 연락한다.

“확인했습니다. 금요일 오후 2시 가능합니다.” “SE팀이랑 협의해서 최적의 시연 시나리오 준비 중입니다.” “혹시 당일 네트워크 환경 미리 체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쌓인다. 고객은 “꼼꼼하네”, “신경 쓰네”라고 느낀다.

실제로 한 고객사 담당자가 말했다.

“다른 업체는 날짜만 딱 정하고 끝인데, 당신은 계속 챙기더라. 그래서 믿음이 갔어.”

BMT 전에 이미 신뢰가 쌓인 거다. 그 신뢰가 평가에 반영된다.

일정 조율은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다. 영업 활동이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이 세일즈 포인트다.

아홉 번째 원칙: 기록은 반드시 문서로 남긴다

전화로 일정 정하면 나중에 꼭 문제 생긴다.

“아니 저는 화요일이라고 들었는데요?” “장비 2대라고 하셨잖아요.”

말이 다르다. 기억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일정 확정되면 즉시 이메일 보낸다.


제목: [BMT 일정 확정] XX솔루션 기술 검증 일정 안내

○○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BMT 일정 확정해서 안내드립니다.

  • 일시: 2024년 X월 X일(금) 14:00~17:00
  • 장소: 귀사 본사 3층 회의실
  • 참석: 귀사 보안팀 5명 / 당사 SE 2명, 영업 1명
  • 시연 내용: DLP 실시간 차단, 정책 설정, 리포팅
  • 준비 사항: 당사 테스트 장비 2대, 귀사 네트워크 환경 사전 점검

혹시 변경 사항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쓰면 나중에 분쟁 없다. 그리고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고객도 안심한다. “정리 잘하네.”

문서는 무기다.

열 번째 원칙: 실패한 일정도 배운다

모든 조율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작년에 한 프로젝트. 내가 완벽하게 일정 잡았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 준비도 완료, 고객사 일정도 확인.

근데 BMT 당일, 경쟁사가 먼저 한 데모가 너무 좋았다. 고객사가 이미 마음 정한 상태로 우리 차례가 왔다.

아무리 잘해도 역전 안 됐다.

실패 원인: 경쟁사 순서를 너무 가볍게 봤다. 그 업체가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파악 안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경쟁사 동향도 체크한다. 가능하면 그들이 어떤 시연 준비하는지, 어떤 메시지 쓰는지.

실패한 BMT마다 조율 노트에 기록한다.

“이 고객사는 오전 선호” “이 업종은 마지막 순서 불리” “이 경쟁사는 항상 첫 번째 고집”

데이터가 쌓인다. 그게 다음 협상의 무기가 된다.

마무리하며

BMT 일정 조율. 누가 봐도 단순한 행정 업무다.

근데 나는 안다. 여기서 승부가 갈린다.

날짜 하나, 시간대 하나, 순서 하나가 수주를 결정한다.

10년 하면서 수십 번의 BMT 조율했다. 이기는 조율이 있고, 지는 조율이 있다.

핵심은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거다. 강압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고객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했는지.

그냥 “프로페셔널하네”, “배려심 있네” 정도로 느낀다.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BMT 일정 조율 메일이 왔다.

“다음 주 아무 때나 괜찮아요.”

아무 때나? 없다.

딱 하루, 딱 한 시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걸 찾는 게 내 일이다.


또 일정 조율 메일 온다. 이번엔 이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