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20% 싸게 들어왔을 때 내 카드

경쟁사가 20% 싸게 들어왔을 때 내 카드

경쟁사가 20% 싸게 들어왔을 때 내 카드

아침부터 날벼락

월요일 오전 10시. 김 차장한테 카톡 왔다. “경쟁사 견적 봤는니? 우리보다 20% 싸요.”

금요일에 제출한 제안서. 3주 동안 밤새운 거다. BMT는 다음주 목요일. 일주일 남았다.

커피 마시다 말고 전화했다. “어느 회사요?” “S사. 가격으로 승부 걸었네요.”

S사. 알지. 중소기업이다. 기능은 우리 제품 70% 수준. 근데 가격은 항상 싸다. 레퍼런스는 중소기업 위주.

우리 제안가 2억. S사는 1억 6천. 4천만원 차이. 고객 입장에선 크다.

담당 과장한테 연락했다. “박 과장님, 경쟁사 견적 보셨죠?” “네… 솔직히 임원진이 가격 차이에 관심 있어요.”

예상했다. 항상 이렇다. 가격으로 못 이기면 가치로 이긴다.

점심시간, 전쟁 준비

팀장한테 보고했다. “가격 조정 가능한가요?” “5% 정도. 그 이상은 본사 승인 필요해.”

5%면 1천만원. 여전히 3천만원 차이. 가격으로 못 이긴다. 다른 걸로 이겨야 한다.

점심 거르고 자료 정리 시작했다.

내가 준비한 카드:

  1. 레퍼런스 비교표

    • 우리: 금융권 15곳, 대기업 27곳
    • S사: 중소기업 32곳, 금융권 2곳
    • 고객사는 금융권이다. 누구 믿을까?
  2. 기능 비교 매트릭스

    • 우리 제품: 19가지 기능
    • S사: 11가지 기능
    • 없는 기능: 실시간 모니터링, 클라우드 연동, 자동 리포팅
    • 고객사 RFP 필수 항목 중 3개 미충족
  3. TCO 분석

    • 초기 비용만 보면 S사가 싸다
    • 3년 운영 비용: 유지보수, 커스터마이징, 업그레이드
    • 우리: 2억 5천만원
    • S사: 2억 8천만원 (추가 개발비 포함)
    • 오히려 우리가 싸다
  4. 지원 체계

    • 우리: 전담 엔지니어 1명, 24시간 콜센터
    • S사: 공동 엔지니어, 평일 9시~6시
    • 금융권은 야간 장애 대응 필수다
  5. 컴플라이언스

    • 우리: 금융권 보안 인증 5개
    • S사: 2개
    • 금감원 검사 때 문제 생기면 담당자 책임이다

엑셀로 정리했다. A4 10장. 수치로 보여줘야 설득된다.

오후 3시. SE팀 김 대리 불렀다. “BMT 시연 시나리오 바꿔야 해요.” “뭘로요?” “경쟁사가 못 하는 거요.”

수요일, 사전 미팅

고객사 담당 과장이랑 커피 마셨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임원들이 가격에 꽂혔어요.”

알지. 다들 그렇다. “과장님, 질문 하나만 할게요.” “네.”

“작년에 보안 시스템 장애 났을 때, 야간에 바로 해결됐나요?” “아뇨. 다음날 오전까지 기다렸죠.” “그때 손실 비용 얼마였어요?” “정확히는 모르는데… 크죠.”

바로 자료 꺼냈다. “TCO 분석이에요. 3년 봤을 때 우리가 더 쌉니다.”

숫자를 보여줬다.

  • 초기: S사 -4천만원
  • 1년차 유지보수: S사 +800만원
  • 2년차 기능 추가: S사 +1200만원
  • 3년차 업그레이드: S사 +2000만원
  • 총계: 우리가 3천만원 저렴

“와… 이렇게 계산하니까 다르네요.”

또 자료 꺼냈다. “레퍼런스 비교예요. 금융권에서 S사 쓰는 곳 2곳뿐이에요.”

과장 표정이 바뀌었다. “이거 임원들한테 보고해도 돼요?” “그러라고 만든 거예요.”

커피 값은 내가 냈다. 5천원. 이 정도 투자는 싸다.

목요일, BMT 당일

오전 9시. 고객사 회의실. 임원 3명, 담당자 4명, IT팀 2명. 총 9명 앞에서 발표한다.

경쟁사 먼저 발표. 1시간. 가격 강조했다. “20% 저렴합니다.” 시연은 기본 기능만. 무난했다.

우리 차례. 10시 30분.

발표 전략 바꿨다.

보통은 제품 기능부터 설명한다. 오늘은 고객 Pain Point부터 시작했다.

“작년 보안 장애 때 야간 대응 어려우셨죠?” 임원들 고개 끄덕였다.

“올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리포팅 의무 강화됐습니다.” IT팀장 표정 굳었다. 몰랐나보다.

“우리 솔루션은 이 두 가지를 해결합니다.”

시연 시작.

  1. 실시간 모니터링 - 장애 발생 즉시 알림
  2. 자동 리포팅 - 클릭 한 번에 컴플라이언스 보고서
  3. 24시간 지원 - 새벽 3시에도 전담 엔지니어 투입

경쟁사는 이거 못 한다.

20분 시연 후 자료 배포. “TCO 분석입니다. 3년 기준 우리가 더 저렴합니다.”

CFO가 자료 집중해서 봤다. “이게 맞나요?” “네. 유지보수 계약서 기준입니다.”

IT팀장이 질문했다. “클라우드 연동은요?” “AWS, Azure 둘 다 됩니다. 데모 보여드릴까요?”

5분 추가 시연. 박수 나왔다.

마지막 카드. “레퍼런스입니다. 금융권 15곳이 저희 고객입니다.”

리스트 보여줬다. 시중은행 5곳 포함. 임원들 표정 바뀌었다.

“KB은행도 쓰네요?” “네. 작년에 구축했고, 올해 추가 계약 했습니다.”

발표 끝. 11시 30분. 질문 20분 받았다. 다 대답했다.

회의실 나오면서 담당 과장이 귀띔했다. “임원들 반응 좋았어요.”

금요일, 결과

오후 2시. 전화 왔다. “선정됐습니다. 축하드려요.”

끊고 혼자 주먹 쥐었다.

팀장한테 보고. “수주했습니다.” “가격 조정했어?” “5%만요. 나머지는 가치로 이겼습니다.”

저녁에 팀 회식. 삼겹살. SE 김대리가 물었다. “어떻게 이긴 거예요?”

대답했다. “가격으로 안 싸웠어요. 고객이 진짜 필요한 걸 보여줬죠.”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집에 와서 정리했다.

가격 경쟁에서 이기는 법:

  1. TCO로 싸워라

    • 초기 비용만 보지 마라
    • 3년, 5년 계산하면 그림 바뀐다
    •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지원 비용 다 넣어라
  2. 레퍼런스가 증거다

    • 비슷한 규모, 비슷한 업종 고객 찾아라
    • 숫자로 보여줘라
    • 담당자들은 검증된 제품 원한다
  3. 없는 기능을 부각시켜라

    • 경쟁사가 못 하는 거 찾아라
    • 그게 RFP 필수 항목이면 금상첨화
    • 시연으로 확실히 보여줘라
  4. 지원 체계는 숨은 비용이다

    • 24시간 지원 vs 9-6 지원
    • 전담 엔지니어 vs 공동 엔지니어
    • 장애 대응 속도 = 비즈니스 손실 방지
  5. 컴플라이언스는 무기다

    • 금융권, 공공기관은 인증 필수
    • 없으면 나중에 문제된다
    • 담당자 책임으로 돌아간다
  6. Pain Point부터 말해라

    • 제품 설명 먼저 하지 마라
    • 고객이 밤에 잠 못 자는 이유부터
    • 그걸 우리가 해결한다고 말해라
  7. 숫자로 설득해라

    • “더 좋습니다” 말고 “30% 빠릅니다”
    • “안정적입니다” 말고 “99.9% 가동률”
    • 임원들은 숫자 좋아한다
  8. 담당자를 내 편으로

    • 사전 미팅 필수
    • 자료 미리 줘라
    • 임원 설득은 담당자가 한다

20% 가격 차이는 극복 가능하다

10년 하면서 배운 거다. 가격으로 지는 건 50% 확률. 나머지 50%는 가치로 뒤집을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자료 준비에 밤새야 하고, 고객 Pain Point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시연 시나리오도 바꿔야 한다.

근데 그게 영업이다. 가격만으로 팔리면 영업 필요 없다.

이번주 계약서 받는다. 인센티브 800만원 들어온다.

다음주부터 또 새 프로젝트. 또 경쟁사 만나겠지. 또 가격 싸게 들어오겠지.

괜찮다. 내 카드는 아직 많이 남았다.


가격은 숫자지만, 가치는 스토리다. 그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게 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