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P 받고 2시간 안에 win/loss 판단하는 법

RFP 받고 2시간 안에 win/loss 판단하는 법

RFP 받고 2시간 안에 Win/Loss 판단하는 법

월요일 9시 15분. 메일을 열었다. RFP가 와 있었다. 금융사다. DLP 솔루션. 예산 규모는 안 써 있다. 이름도 모르는 담당자 이메일이다.

이 시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제안서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시간이 없다. 제안 기한은 2주. 경쟁사도 많이 들어올 거다.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있는 기회인지 아닌지를 2시간 안에 판단해야 한다.

10년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제안서의 80%는 RFP 분석에서 결정된다. 좋은 고객사, 좋은 예산이 들어오면 제안팀도 열심히 한다. 내가 전략도 잘 세운다. 반대로 뭔가 안 맞으면 아무리 팀이 잘 쓴 제안서도 탈락한다.

그래서 처음 2시간이 중요하다.

1단계: 고객사 기본정보 수집 (30분)

회사명, 업종, 규모를 먼저 확인한다.

금융사라고 해서 다 같진 않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마다 예산 규모가 다르다. IT 투자 성숙도도 다르다.

RFP에 회사명이 제대로 나와 있으면 좋은 신호다. 익명으로 돼 있으면 대기업이 테스트 성격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수주 확률이 낮다. 그들은 어차피 큰 SI사랑 이미 관계가 있다.

첫 번째 체크: 조직도를 검색한다.

이게 진짜 스킬이다. 요청사에 적힌 담당자 이름이 있으면 회사 조직도를 찾는다. 임원진, 부서장, 팀장 구조를 파악한다. 누가 의사결정권자인지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보호팀 대리”라고 돼 있으면 그 조직은 아직 작은 조직이란 뜻이다. 예산도 크지 않을 가능성 높다. 반대로 “정보보호실 실장”이라고 돼 있으면 조직이 크다. 예산도 있을 거다.

두 번째 체크: 최근 뉴스를 찾는다.

같은 업종 경쟁사가 최근에 유사 제품을 도입했나? 그럼 그 고객사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또는 보안 사건이 있었나? 그럼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다급해서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경우다.

세 번째 체크: 리소스를 확인한다.

이미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사인가? 기존 고객이면 다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다. win 확률이 70% 이상이다.

처음 만나는 고객인가? 그럼 경쟁사도 많이 들어와 있을 거다. win 확률이 30% 이하다.

이 30분 동안 정보를 못 모으면 이미 신호다. 고객사가 정보 공개를 안 한다. 폐쇄적인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고객은 의사결정 과정이 길고 정치가 많다.


체크리스트 1: 고객사 기본정보

  • 회사명, 매출, 직원 수 (다우존스 또는 기업 홈페이지)
  • IT 투자 규모 추정 (업종별 평균값 대비)
  • 정보보호 조직 규모 (공개된 조직도)
  • 최근 1년 뉴스 (보안 사건, 인수합병, 신사업)
  • 기존 솔루션 스택 (링크드인, 채용공고)
  • 우리 고객인가? (영업 기록 확인)

2단계: RFP 문서 분석 (60분)

RFP를 읽으면 고객의 마음이 보인다.

첫 번째: 예산을 역산한다.

RFP에 예산이 안 나와 있으면 따로 물어본다. “예상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예산이 없거나 정말 작다는 뜻이다.

예산이 나와 있으면 수익성을 본다. 우리 솔루션이 그 예산 범위 안에 들어가나? 커스터마이징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우리 표준가 기준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DLP는 1000만 원대, DRM은 500만 원대, 접근제어는 2000만 원대다. 예산이 3000만 원이면 한 개 제품만 도입하거나 SMB 고객이다.

예산이 1억 원 이상이면? 플래그십 프로젝트다. 경영진의 눈이 가 있다. 우리 제안서도 탑 레벨이어야 한다.

두 번째: 요구사항을 읽는다.

RFP의 기술요구사항을 본다. 너무 상세한가? 그럼 고객이 이미 다른 제품을 쓰고 있었거나 SI사가 컨설팅을 이미 해줬다는 뜻이다. 경쟁사가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요구사항이 너무 일반적인가? “DLP 솔루션 도입을 고려합니다. 기술 스펙을 보내주세요.” 이 정도면 고객이 뭘 원하는지 안 본 거다. 우리가 컨설팅을 할 여지가 있다.

세 번째: 평가 기준을 본다.

가격비중이 몇 %인가? 30% 이상이면 가격 경쟁이 심할 거다.

기술비중이 몇 %인가? 50% 이상이면 우리 같은 기술 강한 회사가 유리하다.

서비스 평가 항목이 있나? 있으면 고객이 도입 후 유지보수를 중요하게 본다. 우리 SE 팀을 어필해야 한다.

네 번째: 경쟁사를 추측한다.

RFP에 요구하는 기능들을 본다. 그 기능은 어느 회사 제품이 잘하나? 예를 들어 “AI 기반 이상탐지”라는 표현이 반복되면 경쟁사 제품 카탈로그에서 나온 거다.

경쟁사 선호도를 추측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그 기능을 빼고 우리 강점으로 간다. “AI 탐지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건 정책 기반 차단이다”라는 식으로.

다섯 번째: 평가 일정을 본다.

BMT (Bench Mark Test) 기간이 몇 주인가? 1주일이면 짧은 프로젝트다. 우리가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최종 선정까지 몇 개월인가? 6개월 이상이면 고객사 내 의사결정이 복잡하다. 이 기간에 기술이 바뀔 수도 있고 인사이동이 있을 수도 있다.


체크리스트 2: RFP 문서 분석

  • 예상 투자 규모 (구간이라도 좋음)
  • 기술요구사항의 상세 수준 (매우 구체적 = 경쟁사 진입 높음)
  • 평가항목별 가중치 (가격 vs 기술 vs 서비스)
  • 평가 기준에 우리 강점이 포함되나?
  • BMT 기간과 방식 (온사이트 vs 온라인)
  • 최종 계약까지의 일정 (계약금, 개발비, 유지보수)
  • 제안서 제출 형식 (분량, 제출 매체)
  • 계약 후 사후관리 조건 (SLA, 지원 기간)

3단계: 내부 리소스 체크 (20분)

이제 우리 쪽을 본다.

첫 번째: 개발팀에 물어본다.

고객이 요구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가? 개발 기간은? 추가 비용은?

이걸 안 묻고 제안서를 쓰면 나중에 지옥이다. “이거 못 해요” 소리가 나온다. 고객은 화난다. 계약금을 못 받는다.

두 번째: SE 리소스를 확인한다.

BMT 기간에 SE를 빼줄 수 있나? 다른 프로젝트와 겹쳤나?

좋은 SE가 배정되지 않으면 BMT에서 진다. 고객은 SE의 실력으로 제품을 판단한다.

세 번째: 레퍼런스가 있나?

같은 규모, 같은 업종의 성공 사례가 있나? 있으면 고객한테 보여준다. 고객은 “저희도 이런 회사처럼 성공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한다.

레퍼런스가 없으면? 그럼 우리가 파이오니어가 되는 거다. 위험이 크다. 고객도 신경 쓴다.


체크리스트 3: 내부 리소스

  • 요구 기능 개발 가능 여부 (개발팀 확인)
  • 개발 기간, 추가 비용 (견적 확인)
  • BMT 기간 SE 배정 가능 (SE 팀장 확인)
  • 같은 업종 성공 사례 (3건 이상)
  • 비슷한 규모 고객 사례 (1건 이상)
  • 사전 PoC (Proof of Concept) 가능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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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판단: Win/Loss 스코어링

이제 결정을 내린다.

Win 신호 (이 중 3개 이상이면 GO):

  • 고객사 규모가 크다 (매출 1조 이상, 직원 5000명 이상)
  • 예산이 명확하고 충분하다 (1억 원 이상)
  • 기술요구사항이 우리 강점과 맞다
  • 평가 기준에서 기술비중이 높다 (50% 이상)
  • 우리 SE가 배정 가능하다
  • 기존 고객이거나 레퍼런스가 있다
  • RFP가 너무 상세하지 않다 (우리가 컨설팅할 여지 있음)

Loss 신호 (이 중 2개 이상이면 PASS):

  • 고객사가 작다 (매출 100억 미만, 직원 200명 미만)
  • 예산이 너무 작다 (3000만 원 미만)
  • 예산 정보가 없다 (물어봐도 안 알려줌)
  • 경쟁사가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다 (RFP가 경쟁사 제품 기준)
  • 요구하는 커스터마이징이 너무 많다 (우리 개발팀 거절)
  • 같은 업종 레퍼런스가 없다 (신규 시도)
  • 평가 기준에서 가격비중이 높다 (50% 이상)
  • BMT 기간이 너무 짧다 (1주 미만)

내 판단 프레임:

Win 신호 4개 이상 + Loss 신호 0개 = GO. 풀로 제안한다. 탑 레벨 SE도 배정한다.

Win 신호 3개 + Loss 신호 0~1개 = GO BUT. 차장급은 내가 커버한다. SE는 주니어도 괜찮다.

Win 신호 2개 + Loss 신호 1개 = THINK. 팀 회의를 한다. 경쟁사 상황, 우리 백로그를 본다. 50-50이면 GO.

Win 신호 1개 이하 + Loss 신호 2개 이상 = PASS. 제안서는 안 쓴다. 이메일로 관심만 표현한다.


실제 사례를 들면:

케이스 1: 금융사 DLP (지난주 수주)

  • 매출 5조, 직원 1만 명 (큼)
  • 예산 5억 원대 (충분)
  • 기술요구사항 우리 기준 (우리 강점)
  • 평가: 기술 60%, 가격 25%, 서비스 15% (기술 우위)
  • 우리 고객 (레퍼런스 있음)
  • 스코어: Win 6개, Loss 0개 → GO. 이겼다.

케이스 2: 스타트업 DRM (지난달 탈락)

  • 매출 50억, 직원 200명 (작음)
  • 예산 2000만 원 (작음)
  • 기술요구사항 너무 상세 (경쟁사 제품명까지 있음)
  • 평가: 가격 60%, 기술 30%, 서비스 10% (가격 우위)
  • 처음 고객 (레퍼런스 없음)
  • BMT 3일 (너무 짧음)
  • 스코어: Win 0개, Loss 5개 → PASS. 했어야 했는데 시간 낭비했다.

최종 체크리스트: 2시간 안에 이것만 확인하세요

  1. 고객사 매출과 IT 투자 규모
  2. RFP에 명시된 예산 규모
  3. 기술요구사항이 우리 강점과 맞는가?
  4. 평가 기준에서 기술 비중
  5. 우리 고객인가? 레퍼런스 있나?
  6. 개발팀이 가능하다고 하나?
  7. SE를 배정할 수 있나?
  8. 경쟁사가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나?

이것만으로도 win/loss가 70% 이상 정확하게 나온다.

나머지는 감이다. 근데 10년 다니면서 느낀 건 이 감각도 중요하다는 거다. RFP를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데?”라는 느낌이 들면 보통 맞다. 왜냐하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위험신호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2시간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이미 lose 신호다. 시간을 못 정한다는 건 고객도 다급하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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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9시 30분. 결정을 내렸다. GO다. 제안서 기한은 2주. 제안팀 차장한테 전화했다. “이거 우리가 이길 수 있어.” 그리고 SE 팀장한테. “좋은 사람 한 명 줄래?” 기다렸다. 둘 다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미 우리 팀은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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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P 한 장이 우리 다음 두 달을 결정한다.